[ 작가노트 : 자유로의 탈각(脫殼) ]

Man is born free and everywhere he is in chains.
인간은 나면서부터 자유이다. 그러나 도처에 사슬로 묶여있다.
Jean-Jacques Rousseau
 

나는 달 보기를 두려워한다. 달을 관찰함으로써 의식하게 되는 지구와 달 사이의 가늠할 수 없는 거리감, 우주의 방대한 공간 속 나라는 존재를 실감하며 현기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예술 또한 달 보기와 같다. 예술의 창작과 감상 모두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지 삶을 되새기는, 자기 소통의 매개가 되기 때문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시스템 속에서 생각을 망각한 채 대부분 비슷한 것을 욕망하고 두려워하고 배척한다. 최대한 많은 이들이 같은 것을 추구할수록 누군가 의도한대로 소비하게 되는, 견고한 자본주의 성벽 안에 살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불안해하고 주류적 가치관을 따르며 생존을 위한 단단한 껍데기를 만든다. 켜켜이 쌓아 올린 자기방어적 껍데기는 변화의 여지가 없다는 면에서 안정감을 줄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치열한 고뇌와 사유 끝에 자신을 가둔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한 차원 깊은 세계로 나아간다. 그 고뇌의 흔적은 의미없이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를 일깨우며 새로운 발상과 변화의 씨앗으로 재생되기도 한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자유로의 탈각(脫殼)이다. 소라게가 남긴 껍데기처럼 폐쇄적인 탈피의 흔적들은 역설적이게도 무한하고 변화무쌍한 자유를 꿈꾸게 한다. 무의미한 방어에 매몰되어 자신을 가두는 껍데기 속에 머물기 보단 아직 개척되지 않은 광활한 세계를 갈망하며, 매순간 진정으로 살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길 기대한다.
미지로의 탐험과 변화를 향한 호기심이 두려움을 앞서는 순간 우리는 껍데기에서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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